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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야기

을지로-이장욱

포에시아 2017. 10. 4. 17:13


을지로


거리를 걷다가 문득 무릎을 굽혀 하이힐을 고쳐 신는 여자가

또 다른 세계와 일치하였다.

주위가 무수히 흩어졌다가

모여들었다. 바로 그 순간에


은하계 저편의 제니퍼는 뜨거운 하이힐을 벗어 던졌다. 나는 제니퍼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그렇다고.


새빨간 하이힐 하나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태양이 아니고 불안이 아니고 의미도 아닌

그것이 이상해서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세계에서 급강하 하는 

빨간 점 하나를


그 순간 거리의 여자가 허리를 펴고 

또박또박 제 갈 길을 갔다.

은하계도 없이

제니퍼도 없이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세계라고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상의 순간이, 

의식의 (또는 세계 차원의) 저편으로 별안간 옮겨가는 순간이 되어버리고

거기서 나는 시어의 안내를 받아 차원여행을 한다.

그리고, 

별안간 현실로 돌아온다. 

아무데도 간 적은 없지만,

읊조리다보면 제니퍼를 만나러 자꾸 다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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