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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심연

포에시아 2018. 2. 28. 02:19

심연


열살 쯤이었다.

목욕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찬물만 나왔다

그냥 나와버렸다

얼마 엄마가 부르더니 화를 냈다. 온수가 빠져 버려 데울려면 얼마나 낭비냐며...

마음 상한 , 집에서 나와 집앞 강 고수부지로 갔다

울적한 마음으로 코스모스 흐드러진 고수부지를 걸었다

손으로 꽃잎을 쓰담거리며

아..름답..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내겐 너무 오글거리는 단어 였으므로

그런데

나는 내가 아닌 무언가 되어, 지상이 아닌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 있는 느꼈다

없는 고요와 심연으로 마음은 흩어졌다.

이후로 

가끔, 종종

나는 기분에 빠졌고


외로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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