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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마더!(스포일러 있어요)

포에시아 2017. 12. 1. 00:10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신작 [마더!]를 보고 싶었습니다. 

극장표까지 예매했었는데 사정이 생겨 못가고, 결국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극장표보다 비싸게 지불하고 보았습니다. 

"!"



그런데, 위 예고편을 보면, 이건 그저 심리괴담 스릴러 일 것 같은데요. 사실 영화는 그것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저 "!"는 무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시(詩)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보고 난 후, "!"의 의미는 분명해졌습니다. 이건 인간에 대한 경고라고, 대자연 어머니의 분노라고. 그리고 이 우주 질서에 대한 감독의 딴지라고.

내용적으로 이 번 작품은 2014년에 개봉한 [노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형식적으로는 카메라가 주인공의 동선을 중심으로 따라가고 얼굴 표정(감정의 변화)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것은 [레슬러]와 [블랙 스완]의 연장입니다. 그리고, 시간의 순환적이고 교차적인 모습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과 닮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감독은 그 동안 써 왔던 영화적 표현력을 모두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영화는 구약성서의 이야기 틀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40일 간의 물난리는 젊은 남녀 둘이 씽크대 위에 앉아 쿵쿵거리다 벽과 천장이 부서지며 물이 쏟아 지는 장면이 상징합니다. 남편(하비엘 바르뎀)은 시인이면서 창조주 여호와입니다. 현대 문학에서 시인은 작은 신으로 자주 언급되어 왔습니다. 칠레의 비센떼 우이도브로와 같은 시인은 신이 되고자 했죠. 그래서, 자신만의 시어를 만들고 시적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 했습니다. 젊은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성모 마리아이면서 땅의 여신, 대자연의 어머니입니다. 사실, 젊은 아내는 기독교의 마리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인디오들이 칭하는 대자연의 어머니 신 빠차마마(Pachamama)와 충첩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서 마야의 신화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늙은 의사 부부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은 카인과 아벨입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임으로써 악의 씨앗이 잉태되죠. 그리고, 방문객들은 우리 인간들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탐욕과 전쟁, 위선과 무지의 역사를 영화의 후반부에 폭풍처럼 보여줍니다. 인간은 여호와와 대자연을 망각하고 자신들끼리 싸우죠. 그것은 고대나 현대나 다르지 않기에 영화에서는 현대의 군인들로, 무슬림 원리주의자들의 모습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침내, 아기(예수)가 태어나지만, 인간들은 아기 예수를 죽여 조각난 육신을 나눠먹습니다. 천주교를 직접적으로 우화하는 장면입니다. 젊은 아내가 기름을 쏟아내고 불을 붙여 모두 파멸시키는 것은, 현재 인류가 석유를 중심으로(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석유 부산물입니다) 자연을 약탈하다가 결국 그것으로 인해 멸망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멸망하지만, 남편(시인, 여호와)는 다시 세계를 창조하고 빠차마마를 창조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그냥 시적 영감을 위해서. 

"!"는 이 영화에서 여러 가지를 함축하는 기호입니다. 심판과 유희 그리고 순환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시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詩.

어쩌면, 감독은 영화로 쓰는 시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The Fountain]을 보면서 감독은 영화시(詩)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노아]에서 인간적 부조리에 대해 조금은 과하게 성찰하면서, 영화시에 대한 생각은 접었나 했었죠.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이 두 가지를 완전히 결합시키고자 한 것 같습니다. 서사를 무너뜨리고, 기존의 타부를 비틀면서, 인간에 관한 질문, 영화도 시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시적인 영화가 아니라, 그대로 시인 영화를 만들자!고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현대시의 관점에 읽으면 불쾌할 것도, 어려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시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일상의 편안함 속이 아닌, 일상의 불확정성과 그로테스크함 속에서 번개처럼 번뜩이는 것이 詩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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