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열살 쯤이었다.목욕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찬물만 나왔다. 그냥 나와버렸다. 얼마 후 엄마가 날 부르더니 화를 냈다. 온수가 다 빠져 버려 또 데울려면 얼마나 낭비냐며...마음 상한 난, 집에서 나와 집앞 강 고수부지로 갔다. 울적한 마음으로 코스모스 흐드러진 고수부지를 걸었다. 손으로 꽃잎을 쓰담거리며…“아..름…답..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참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내겐 너무 오글거리는 단어 였으므로그런데, 그 때 나는 내가 아닌 무언가 되어, 지상이 아닌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 떠 있는 걸 느꼈다. 알 수 없는 고요와 심연으로 내 마음은 흩어졌다.그 때 이후로 가끔, 종종, 나는 그 기분에 빠졌고, 외로워 했다.
어쩌다, 또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1987]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먹먹한 가슴과 뜨거워진 눈시울 때문에 또 신파냐 한 동안 멍했습니다.그러면서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1987년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 각자의 분상들. 저마다의 '정의사회구현'국가권력에 처참하게 유린 당하는 개인과 그것이 정의라고 여기며 당연히 인권을 짓밟는 사람들.그리고,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 사람으로서 사람의 대접을 받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 우리 국민들. '좋아지기 위해' '변화를 위해' 누군가가 불소씨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슬프지만, 그 분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우리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혜택을 받고 살고 있는 것이므로.그래서,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고맙습니다.
망고레(Mangoré)파라과이 출신의 기타리스트 망고레(Mangoré)는 본명이 아구스띤 삐오 바리오스(Agustín Pío Barrios)입니다. 니츄가 망고레(Nitsuga Mangoré)는 예명입니다. 그가 작곡한 [La Catedral]은 제가 꽤나 좋아하는 기타곡입니다. 종교가 무엇이든, 좋은 곡, 가슴에 닿는 곡이면 족하니까요. 1885년 5월 5일에 태어난 망고레는 과라니 족 혈통입니다. 즉 남아메리카 인디오 혈통인 것이죠. 가족이 모두 음악에 열정적이어서 일곱 형제들은 저마다 악기를 하나씩 연주 했었답니다. 그리고, 동네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죠. 아버지는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파라과이 미시오네스 주 지방관이었고 어머니는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그는 열 세살까지 동네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연주했었..
[신과 함께]를 보고 왔습니다. 재미있게, 가슴 뭉클하게,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영화였습니다. '우리 CG가 많이 발전되었구나'하고 느꼈습니다. 결국 천만 관객에 도달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차태현의 고구마 연기와 주지훈의 발개그 연기가 볼 만 했습니다. 늘 보던 조연 배우들의 늘 보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승에 대한 상상력이 나름 잘 구현된 영화였습니다. 저승을 이야기하면서 이승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우리 각자가 맺고 사는 관계를 부드럽게 조화롭게 만드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영화였습니다. 상영 중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도 나름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현란한 CG를 보면서, 잘 된 듯 엉성한 CG를 보면서, '왜 본격 SF영화는 아직 만..
후회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순간 몇 번쯤 있지 않을까? 고 3때였다. 시립도서관에서 공부를.... 사실,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고 갔던 그 곳에서 나는, 얼마 머물지 못하고 나왔다. 나오고 싶었다. 답답해서. 비가 내렸다. 추적추적 늦여름의 비였다. 그리고, 제법 세찬 비가 되었다. 준비했던 접이식 우산을 쓰고 도서관을 빠져나오는데, 한 여학생이 우산 밑으로 들어왔다.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갈 수 있어요?” "네......""고마워요."설레였다. 그다지 예쁜 친구는 아니였지만, 그랬다. 설레였다. 함께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비는 세차게 내렸고, 내 왼쪽 어깨는 다 젖었다. “어깨가 다 젖었네요. 어떻게...” “괜찮아요...”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가 왔다. 그리고, 여학생은 그렇게 갔다. ..
SUICIDIO Quizás fue por no saberte la geometría. El jovencillo se olvidaba.Eran las diez de la mañana.Su corazón se iba llenandode alas rotas y flores de trapo. Notó que ya no le quedabaen la boca más que una palabra. Y al quitarse los guantes, caía,de sus manos suave ceniza. Por el balcón se veía una torre,él se sintió balcón y torre. Vio, sin duda, cómo le mirabael reloj detenido en su caja. V..
아무리 스킨을 바꿔봐도 기본형보다 좋은 것은 없네.결국, 기본이 기본인 이유는 기본이기 때문이겠지.
이제 제대로 철지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2008년 개봉한 영화 [더 레슬러]입니다. 영화가 나온지 이제 10년 쯤 되어가네요. 얼마 전 [마더!]를 본 이후 문득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헐리우드 섹시 미남배우 미키 루크가 80년대를 풍미했던 프로 레슬러 '랜디'를 연기하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배우의 인생궤적과 영화 속 삶이 유사한 영화는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2015)]을 들 수 있습니다. [버드맨]에서는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과거 버드맨으로서 명성을 날렸던 리건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헐리우드 스타로서 명성을 떨치다 이제 한물 간 배우가 되고, 자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브로..
조성진이 연주한 쇼팽의 네 개의 발라드를 가져와 봅니다.전 유투브에 늘 감사합니다. 이런 멋진 연주자들의 영상을 이렇게 편하게 그리고 쉽게 볼 수 있어서 말이죠. 쇼팽을 2010년대의 분위기로 가장 적합하게 해석하는 피아니스트가 조성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대가들의 쇼팽 연주가 지금 조성진과는 다른 것을 보면, 시대별로 쇼팽 해석이 달라지고, 거기에 청자들의 공감도 달라지기 때문이겠죠.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쇼팽 스페셜리스트가 조성진인 것이 기분 좋습니다. 섬세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열정과 냉정의 줄다리기에 노련한 그리고 깊은.덕분에 쇼팽도 오늘에 맞는 성형수술을 받은 셈이죠. ㅋㅋ